UN의 평화유지활동의 의의와 역할
1. UN의 평화유지 활동의 의의
UN의 평화유지 구상은 강대국의 협력하에 국제평화와 안전을 유지한다는 개념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강대국의 협조하에서만 국제평화가 확보될 수 있다고 본점에서는 현실적인 판단이었으나, 강대국의 합의가 쉽게 얻어질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비현실적이었습니다. 강대국 간의 대립으로 현장의 기초자들이 본래 의도하였던 UN군은 탄생되지 못하였고, UN은 이를 대체할 대안을 모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대안의 하나가 UN 평화유지 활동(Peace-Keeping Operations)이다.
전형적인 UN 평화유지 활동은 분쟁 당사국 간의 휴전이 합의된 후 안전보장이사회(때로는 총회)의 결의를 근거로 회원국들이 자발적으로 제공한 병력을 통하여 UN의 깃발 하에서 휴전을 감시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는 당사국과의 합의와 협력을 통한 평화유지 활동입니다. 그 형태는 크게 1) 군사감시단(military observer)과 2) 평화유지군(peace-keeping forces)으로 구분됩니다. 전자의 형태는 발칸 반도의 휴전감시를 위하여 1947년 설치되었던 UNSCOB가 그 효시였으며, 1948년에는 중동 이스라엘 지역의 휴전감시를 위하여 UNISO가 설치되었습니다. 평화유지군의 형태로는 1956년 수에즈 사태로 인한 제2차 중동전 이후 이집트와 이스라엘 국경지역에 설치된 UNEF가 최초였습니다. 이는 양측 사이에서 휴전을 감시하고 철군을 감독했습니다.
2. UN 평화유지 활동의 원칙
그간 UN 평화유지 활동은 다음 몇 가지 원칙에 따라 운영되었습니다. 첫째, 중립의 원칙. UN 평화유지군은 분쟁의 당사자가 아니며, 대립되는 당사자 사이에서 중립적 위치에 섰습니다. 이에 분쟁 당사국은 물론 강대국도 평화유지 활동에의 참여에서 가급적 배제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둘째, 동의의 원칙. 평화유지군은 모든 관계국의 동의하에서 활동했습니다. 주둔 중인 현지국이 철수를 요청하면 이에 응했습니다. 셋째, 자위의 원칙. 대체로 경무장만을 하며, 자위를 위해서만 무력을 사용했습니다. 넷째, UN의 지휘 원칙, 각국이 제공한 평화유지군은 UN의 지휘 하에 활동하였으며, 이들의 행동은 UN의 행동으로 되고 UN이 책임을 졌습니다.
초기에는 이러한 UN 평화유지 활동의 법적 근거가 무엇이냐에 대하여 적지 않은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우선 평화유지 활동이 헌장 제6장 분쟁의 평화적 해결 기능에 속하는지, 현장 제7장에 의한 강제조치에 해당하는지가 불분명하였기 때문이었습니다. 특히 이러한 “조치(action)"는 총회에 의하여 결정될 수 없고, 오직 안전보장이사회만이 설치를 결정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ICJ는 총회도 평화유지군의 설치를 결정할 수 있다고 인정하였으나, 14) 실제로 초기의 두 차례를 제외하고는 평화유지군은 모두 안보리의 결의를 근거로 설치되었습니다.
일단 헌장상 평화유지 활동과 충돌된다고 보이는 조항은 없습니다. 오늘날은 헌장의 특정한 조항보다는 국제평화와 안전에 관한 UN의 광범위한 일반적 권한을 바탕으로 평화유지 활동이 설치 · 운영되고 있습니다. 15) 오랜 세월 동안의 활동실적에 주목하며 설치 근거에 대한 더 이상의 이의는 제기되고 있지 않습니다. 평화유지군은 그간의 업적으로 인하여 1988년 노벨평화상도 수상하였다. 평화유지군은 초창기에 총회의 결의를 근거로 설치된 예가 2번 있었으나, 이후에는 안보리에 의하여 설치권의 행사가 사실상 독점되고 있습니다. 이는 상임이사국 간의 암묵적 합의를 통하여 설치에 대한 결정권을 양보하지 않으려는 의도에서 비롯되었습니다.
3. UN 평화유지 활동의 기능과 역할
이러한 평화유지활동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평화유지와 분쟁예방입니다. 즉 분쟁 당사자간의 휴전을 감시하거나 완충지역을 장악하여 분쟁의 재발이나 악화를 방지하거나, 분쟁의 발생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 예방적 차원에서 배치됩니다. 후자의 경우 분쟁의 일방 당사국에만 배치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냉전 종식 이후는 평화유지 활동의 임무가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었습니다. 단순한 평화유지에서 한 단계 넘어 평화의 강제와 평화의 구축을 위한 임무가 부여되기도 했습니다. 즉, 소말리아와 구 유고에서의 활동은 광범위한 강제력의 행사도 포함하여 전통적 평화유지군의 개념과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이러한 평화유지군의 활동은 실질적으로 현장 제7장의 강제조치와 구별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또한 단순한 휴전이나 철군 감시에서 그치지 않고, 신 정부 수립을 위한 선거 관장, 현지 행정기구 설립 지원, 인권상황 감시, 난민 송환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기도 했습니다. 1992년 캄보디아에 설치되었던 UNTAC은 사실상의 정부기능을 종합적으로 행사했습니다. 1989년 나미비아에 설치된 UNTAG, 1999년 동티모르에 설치되었던 UNTAET는 국가 수립과정을 전반적으로 지원했습니다.
평화유지군의 설치 결정은 UN이 하나, 실제 배치의 근본적인 법적 근거는 당사국의 동의입니다. 즉 당사국의 동의하에 파견됨을 원칙으로 합니다. 평화유지군은 UN의 기관이므로 UN에 대하여 적용되는 국제법의 지배를 받습니다. UN 요원으로서의 특권과 면제를 향유하며, 이들의 위법행위에 대하여는 UN이 책임을 부담합니다. 실제로는 평화유지군이 파견될 경우 UN과 현지국 사이에는 일종의 주둔군 지위협정이 체결됩니다. 통상 평화유지군에 대하여는 현지 관할권이 면제되며, 현지국은 UN의 활동을 방해하 말고 협조할 의무가 있습니다.
평화유지군의 구성원 역시 현지법을 준수하여야 합니다. 이에 관하여는 UN 사무총장이 작성한 모델 지위협정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평화유지군에 대하여도 전쟁법이나 국제인도법이 적용되는가에 관하여는 논란이 있습니다. UN도 국제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무력분쟁과 관련된 관습 국제법의 적용을 받습니다. 평화유지군의 활동이 강제조치(enforcement actions)에 해당하는 경우 국제인도법의 적용을 받는다고 해석이 수락되어 왔습니다. 또한 평화유지군이 자위권을 행사할 때에도 국제인도법이 적용될 것입니다. 그러나 단순히 민사적 평화유지 활동도 무력분쟁 중의 활동으로 간주될 수 있느냐에는 의문이 제기됩니다.
UN 가입 이후 한국도 여러 차례 평화유지 활동에 참여하였습니다. 다만 한국의 경우 국군의 해외파병은 국회의 동의를 받도록 되어 있어서(헌법 제60조 2항), 신속한 파견이 어렵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었습니다. 즉 UN은 평화유지군을 설치하기로 결정하는 경우 각국으로부터 신속한 지원을 얻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통상 국회의 동의가 빠르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국회 동의 이후에 파병 부대를 구성하고 훈련과 교육에 착수하기 때문에 정부의 파견 결정 이후 실제 파견까지는 게 소요됩니다. 이에 2009년 UN의 평화유지 활동에 참여를 좀 더 신속한 절차로 진행시킬 수 있는 법률이 마련되었습니다.
한편 19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시 각국에 의하여 파견된 다국적군의 경우는 UN 안전보장이사회의 무력사용 허가 결의를 근거로 한 일방적 군사조치에 불과하였으며, UN 평화유지 활동의 일부는 아니었습니다. 이는 현지국의 동의하에 주둔하는 외국군일 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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