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법 기선(baseline)의 구분과 내용
1. 기선의 의의
연안국이 관할권을 행사하는 영해, 접속수역, 경제수역 등의 측정 기준선을 기선(baseline)이라고 합니다. 기선의 육지 측 수역은 내수(內)가 되며, 기선 이원에는 국제 해양법이 적용됩니다. 따라서 기선은 해양법이 적용되는 출발선이 됩니다. 연안의 형상이 단순하면 기선은 연안선을 따라 설정되지만, 실제 연안은 복잡한 구조를 지닌 경우도 많아 이런 경우에는 인위적인 직선기선이 적용되기도 합니다.
기선은 연안국이 국내법에 따라 일방적으로 설정합니다. 그러나 바다에서의 경계획정은 타국의 권리의무에 영향을 주므로 언제나 국제적 성격을 갖습니다. 기선 획정의 유효성은 항상 국제법의 평가를 받게 됩니다.
1) 통상기선
통상적인 연안에서는 연안국이 공인한 대축적 해도상의 저조선(low-water line)이 기선이 됩니다. 19세기 이래 선박 운항의 안전을 위하여 연안해도 저조선을 기준으로 작성되는 것이 일반화되었고, 국가 간의 협약도 저조선을 기준으로 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해안선이 단조로운 동해안에서는 통상기선(normal baseline)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2) 직선기선
해안선이 복잡하게 굴곡되거나 해안선 가까이 일련의 섬이 산재한 지역에서는 통상 기선을 기준으로 한 경계획정이 쉽지 않습니다. 이러한 지형에서는 해안선의 일반적 방향으로부터 현저히 일탈하지 않는 방법으로 연안 부근의 일정한 지점을 연결하는 직선기선(straight baseline)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기선의 내부 수역은 연안국의 내수가 되므로, 이곳은 내수 제도에 의하여 규율될 수 있을 정도로 육지와 밀접히 관련되어야 합니다. 그 지역 특유의 경제적 이익과 그 중요성이 오랜 관행에 의하여 입증되는 경우, 이러한 이해를 고려하여 직선기선이 설정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직선기선이 타국의 영해나 배타적 경제수역을 공해로부터 차단시키는 방법으로 적용되어서는 안 됩니다. 해양법 협약상 1개 기선 길이의 상한은 설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복잡한 연안선이라 하여 직선기선을 반드시 적용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며, 이의 채택 여부는 연안국의 재량사항이다.
2. 직선기선의 적용
직선기선이란 개념은 ICJ의 1951년 Anglo-Norwegian Fisheries 판결을 계기로 일반화되었습니다. 이후 직선기선 제도는 1958년 영해 및 접속수역에 관한 협약에 그대로 반영되었습니다. 당시 협약의 초안을 준비하였던 국제법위원회는 직선기선에 대한 이 판결이 현행법의 반영이라고 평가하였으나, 그 이전에는 직선기선을 사용하던 국가가 매우 드물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는 판결을 통한 새로운 국제법의 발전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직선기선의 적용은 연안국의 관할수역을 확대시키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따라서 직선기선은 적절히 이용하면 편리하고 유용하나, 자의적으로 적용하면 연안국의 무분별한 해양 관할권 확대를 결과하고 인접국과 마찰을 야기할 것입니다. 기선 설정에 있어서 직선기선은 예외적인 제도이므로 이는 설정 요건이 부합되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되어야 합니다.
현재 한국을 포함하여 약 70개국 이상이 직선기선을 적용하고 있는데, 직선기선 설정의 요건을 갖추지 않았음에도 이를 적용하는 국가가 적지 않습니다. 북한은 동해에서 두만강 하구부터 무수단을 거쳐 휴전선이 있는 강원도 간성을 한 개의 선으로 잇는 직선기선을 선포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일 기선으로는 세계 최장 수준이며, 가장 먼 기선은 연안으로부터 75 해리나 떨어져 있습니다.
중국은 1992년 <영해 및 접속수역에 관한 법률>을 채택하고, 그에 따른 영해기선을 1996년 5월 15일 발표한 바 있습니다. 중국은 산둥반도부터 해남도까지의 전 해안에 대하여 49개의 외곽점을 연결하는 직선기선을 적용했습니다. 그러나 중국은 일부 해안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해안선이 복잡하지 않아서 직선기선을 적용할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는 평가입니다. 또한 중국은 일부 구역에서는 수중암초까지 기선의 기점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해양법 협약상 수중암초는 기점으로 활용될 수 없습니다.
일본은 1996년 종전 영해법을 영해 및 접속수역에 관한 법률 개정하면서 이에 따라 일본의 165개의 직선기선을 설정하였습니다.
영해는 종전보다 약 13%(약 5만 km²)가 확장되었다. 1965년 한일 어업협정 체제에서 한국 측 어선의 어로가 허용되던 수역의 상당 부분이 폐쇄되어 양국 간 마찰이 빚어진 바 있었습니다.
3. 만(bay)의 적용 기선
일정한 만(bay)의 수역은 내수로 인정됩니다. 만은 그 자연적 입구의 폭이 24 해리 이하인 경우 연안국은 입구를 연결하는 기선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단 이때 입구 기선을 지름으로 하는 반원을 그렸을 때 만 안쪽의 수익이 이 반원의 면적보다 커야 하며, 그 해안이 동일한 국가에 속하여야 합니다. 만 입구의 기선 안쪽 수역은 내수가 됩니다. 기선 획정에 있어서 현실적 어려움은 어디부터를 만의 자연적 입구로 잡느냐는 점일 것입니다. 한편 만의 연안이 복수 국가에 속하는 경우만 입구는 기선으로 봉쇄될 수 없습니다. 관습 국제법에 따라 이에 대하여는 저조선이 기선이 됩니다.
역사적 만(historic bay)에는 위와 같은 제한이 적용되지 않는다. 역사적 만이란 만으로서의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을지라도 연안국이 역사적 근거를 갖고 상당기간 그 수역을 내수로서 관할하여 왔으며, 타국 역시 이를 묵인하여 온 수역을 가리킵니다. 해양법 협약은 역사적 만이란 개념을 인정하고 있을 뿐, 적용을 위한 구체적인 요건은 제시하고 있지 않습니다.
현재 세계 약 20여 개국이 역사적 만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ICJ는 연안이 니카라과,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3개국에 둘러 쌓인 Fonseca만을 3개국 공동주권이 인정되는 역사적 만으로 인정한 바도 있습니다. 한반도 주변에서는 러시아가 블라디보스토크 앞바다의 피터대제만을(만구 폐쇄선 약 107 해리), 중국이 발해만을 역사적 만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북한 역시 동조선만, 서조선만, 강화만을 역사적 만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그 정확한 기선은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4. 섬의 기선 적용
섬이란 만조시에도 수면 위로 나오는 자연적으로 형성된 육지지역입니다. 모든 섬은 그 크기와 관계없이 영해를 갖으며, 섬의 연안이 기선이 됩니다. 그러나 인간이 거주할 수 없거나 독자적인 경제활동을 유지할 수 없는 “암석(rocks)"은 배타적 경제수역이나 대륙붕을 갖지 못합니다.
이 조항은 독도는 물론 한반도 인근 일본과 중국의 소도가 독자적인 경제수역과 대륙붕을 가질 수 있는가와 관련하여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해양법 회의 시에도 일본, 그리스 등 섬을 많이 갖고 있는 국가들은 모든 섬이 일반 육지와 동등하게 배타적 경제수역과 대륙붕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다수의 개도국이나 지리적 불리국들은 이에 반대하며 섬의 크기, 주민 수 등 여러 요소들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 결정되어야 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섬의 지위에 대하여 쉽게 합의점이 찾아지지 않자 협약은 양측의 입장을 거슬리지 않게 모호하게 작성되었으며, 이 조항의 의미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하였습니다. 이 조항은 암석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나, 이는 소도(small islands, islets) 보다 더 작은 섬이라는 의미로 사용되었을 뿐, 반드시 암도만을 가리키는 개념은 아닙니다. 즉 모래나 점토로 구성된 소도도 이에 포함된다고 해석됩니다. 그러나 어떠한 크기 이하의 섬이 이에 해당하는가에 대하여 국제사회에서 통일된 기준은 없습니다.
인간의 거주 가능성이나 독자적 경제활동이란 개념은 매우 상대적이며, 시대에 따라 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재 인간의 거주 가능성을 충족시키기 위하여 어느 정도 규모의 주민이 거주하여야 하는가에 대하여 합일된 국제법적 기준은 없습니다. 다만 협약 제121조 3항의 내용이 인간의 실제 거주 여부가 아니라 거주의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는 점에는 국내외 학자들의 견해가 대체로 일치합니다. 결국 섬이 자신의 EEZ를 가질 수 있느냐는 현재 주민의 수로 결정되기보다는 섬의 객관적 상황이 "인간의 거주 가능성"이나 "독자적 경제활동"을 유지할 수 있느냐에 달린 것입니다. 따라서 인간의 거주 가능성이 인정된다면 그 섬에 실제 주민이 거주하지 않아도 자신의 EEZ를 가질 수입니다.
한편 외딴섬에 군인이나 정부기관의 요원과 같이 명령에 의하여 근무하는 경우는 "인간의 거주" 개념에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함이 통례입니다. 이들은 모든 생활의 수단과 편의를 섬 외부로부터의 정부지원에 의존하여 생활하며, 거주한다기보다는 명령에 따른 근무를 위하여 체류하기 때문입니다. 이들의 근무가 독자의 경제활동으로 간주되지도 않습니다.
이상을 종합하면 독도가 과연 독자적으로 배타적 경제수역 등을 가질 수 있는가에 의문이 제기되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그러나 일본이나 중국은 유사한 규모의 소도도 배타적 경제수역을 갖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의 발전 등을 감안하여 연안국의 관할수역이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온 점을 고려할 때, 향후 이에 관한 판단기준이 변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5. 항만시설, 간조 노출지, 인공섬의 기선 적용
항만체계의 불가분의 일부를 구성하는 영구적 항만시설은 해안의 일부를 구성하며, 기선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육지에 연결되지 않은 외항 시설이나 인공섬은 영구적 항만시설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한편 선박이 화물을 내리고 싣고, 닻을 내리기 위하여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연안의 정박지는 영해 밖에 위치하더라도 영해에 포함됩니다. 이러한 정박지와 항구를 연결하는 수로는 부표로 표시되며, 공인 지도에 공시되어야 합니다.
간조 노출지(간출지: low-tide elevation)란 만조시에는 수면 이하로 잠기고 저조 시에만 해면 위로 돌출하는 지역을 의미합니다. 간조 노출지가 영해 폭 이내에 위치하는 경우 이는 영해기선으로 이용될 수 있으나, 그 위치가 영해 폭 외곽인 경우 자체의 영해를 가질 수 없습니다.
섬이란 자연적으로 형성된 육지지역이므로, 인공섬은 해양법상 섬으로서의 지위를 가질 수 없습니다. 따라서 독자적인 영해를 갖지 못하며, 기선 설정에도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다만 배타적 경제수역이나 대륙붕 내에 인공 구조물을 설치하는 경우 주변 500m 이내의 안전수역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제주 서남방 약 81 해리 지점에 위치한 이어도는 항상 수면에 잠겨 있는 수중 암초로서 간조 노출지에도 해당하지 않습니다. 한국은 2003년 6월 이곳 해저 암반 위에 종합 해양과학기지를 완공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이어도가 자국 영토 퉁타오(島)에서 133 해리 떨어져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 내에 있다는 이유로 이어도 과학기지 건설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였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양국 간 배타적 경제수역의 경계가 아직 합의되지 않았더라도 이어도의 위치가 한국 측에 훨씬 가깝다는 이유에서 법적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한중 양국은 2006년 12월 이어도가 해저 암초로서 영토문제의 대상은 아니라는 점에 합의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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