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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약의 체결과 방법

DJ잉치키 2022. 7. 7.

1. 조약의 체결 능력

모든 국가는 조약을 체결할 능력을 갖습니다. 국제기구 역시 조약을 체결할 수 있으나, 국제기구가 조약 체결 능력을 보유하는가 여부는 1차적으로 기구의 설립협정에 따라 결정됩니다. 다만 설립협정에 조약 체결 능력이 명시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아도, 기구의 성격과 능력에 따라 묵시적으로 조약 체결권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국가의 일부도 조약을 체결할 수 있을까요? 연방국가의 주(지방)가 조약을 체결 능력이 있을까요? 해당 국가의 국내법이 주에 대하여 조약 체결권을 부여하고 있지 않다면, 국가의 일부인 지방이 외국과 유효한 조약을 체결할 수는 없습니다. 국가에 따라서는 헌법으로 주의 조약 체결권을 인정하는 예도 있습니다. 이러한 조약에 대하여는 국가 자체가 최종적인 이행 책임을 집니다. 주로 관세, 통행, 문화 분야에서 주의 조약 체결권이 인정되는 예가 있습니다(스위스, 캐나다 등). 홍콩은 중국의 일부이나 자신의 경제적 · 문화적 대외관계를 발전시킬 권한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홍콩은 별도의 관세지역으로 독자의 무역협정 등을 체결할 권한이 인정되며, WTO에도 가입하고 있습니다.

 

2. 전권위임장

전권위임장(full power)이란 조약 체결과 관련된 행위를 할 수 있는 권한을 표시하는 문서입니다. 즉 전권위임장을 통하여 자신이 조약을 협상하고, 체결함에 있어서 국가를 대표하고 있음을 증명하게 됩니다. 단 국가원수, 정부수반, 외교부 장관은 전권위임장을 제시하지 않아도 자국을 대표하여 조약 체결과 관련된 모든 행위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파견국과 접수국 간의 조약문을 채택할 목적에서는 외교공관장의 경우 전권위임장이 필요하지 않으며, 국제기구나 국제회의에서 조약을 채택하는 경우 그에 파견된 국가대표에게는 별도의 전권위임장이 요구되지 않습니다. 조약 체결에 관한 권한을 부여받지 못한 자가 한 행위도 국가가 추인하는 경우 유효하게 되며, 묵시적 추인도 가능합니다.

조약이 군주 간의 의사 합치라고 생각하던 시절에는 군주의 대리인의 권한 범위를 표시해 주던 전권위임장이 매우 중요했습니다. 대리인의 권한 범위를 정확하게 서술하는 등 전권위임장이 상세하고 길게 작성되었습니다. 그러나 현대로 올수록 조약의 비준은 재량적이라는 관행이 발달함에 따라 전권위임장은 중요성이 감소하였습니다. 또한 교통 통신의 발달로 국가대표는 여러 가지로 자신의 대표권을 입증하기가 용이해졌고, 반면 국제관계의 발달에 따라 전권위임장을 요하지 않는 간소한 형식의 조약도 급증했습니다. 이에 조약 체결절차에 있어서 전권위임장의 형식적 중요성은 크게 감소하였습니다.

 

3. 조약의 채택

채택(adoption)이란 조약의 형식과 내용을 공식으로 확정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조약의 채택에는 작성에 참가한 모든 국가의 동의를 필요로 합니다. 그러나 대규모 회의를 통하여 작성되는 다자조약의 경우 과거와 같이 만장일치로 채택이 합의되기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오늘날 다자조약의 협상에 있어서는 회의 진행에 앞서 조약의 채택 방법을 미리 합의함이 보통입니다. 비엔나 협약은 2/3의 다수결을 조약 채택의 보충 원칙으로 제시했습니다. 다만 제한된 국가의 참여가 전제되는 다자조약의 경우에는 성격상 만장일치의 동의를 요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입니다.

한편 조약의 채택만으로 법적 의무가 창설되지는 않습니다. 조약의 채택에 찬성하였다는 것이 당사국으로서의 구속을 받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양자조약에 있어서 채택은 곧 서명을 의미하며, 서명만으로 발효하는 양자조약에서는 채택, 서명, 발효가 동시에 이루어집니다. 다자조약의 경우 채택되고 일정 기간이 경과된 이후에 서명에 개방되는 예가 많습니다. 통상 서명에 개방된 날을 다자조약의 체결일로 봅니다.

 

4. 기속적 동의의 표시방법

조약에 대한 국가의 기속적 동의는 서명, 조약을 구성하는 문서의 교환, 비준·수락·승인 또는 가입에 의하여 또는 기타 합의된 방법으로 표시됩니다. 

조약에 대한 가장 대표적인 기속적 동의의 표시방법은 서명과 비준입니다. 비엔나 협약 심의 시 서명과 비준 중 어느 것을 조약에 대한 기본적인 기속적 동의방법으로 규정할 것인가에 관하여 논란이 있었으나, 결국 협약은 어느 편도 기본 원칙으로 채택하지 않고 서명과 비준 등 각종 방법을 대등한 자격으로 열거하기로 하였습니다. 어떠한 방법으로 조약에 대한 기속적 동의를 표시할 것인가는 각 조약마다 당사국의 합의에 따라 결정됩니다. 거의 모든 조약은 후반부에 조약의 발효방법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므로 이에 따른 혼선은 거의 발생하지 않습니다.

비준(ratification)이란 조약의 서명국이 조약의 내용을 정식으로 그리고 최종적으로 확인하고 이에 구속받겠다는 의사를 상대국에게 통고하는 국제적 행위입니다. 과거에는 교통통신망의 미비로 외교사절이 본국과 연락하기가 어려웠으므로 조약 서명 이후의 비준은 본국 정부로 하여금 자신의 대표가 주어진 권한 범위 내에서 적절히 조약을 채택하였나를 확인할 기회를 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조약이 권한 범위 내에서 합의되었으면 비준은 의무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19세기를 지나면서 점차 비준이 의무라는 생각은 없어지고, 비준 절차는 군주로 하여금 조약 내용을 다시 한번 숙고하는 기회를 주는 기능으로 변했습니다. 서명 이후 비준 사이에 조약 내용을 국내 여론에 비추어 보기도 하고, 조약의 실시를 위한 국내법 정비 등의 시간이 필요하기도 했습니다. 점차 각국에서 일정한 조약의 체결에는 입법부의 동의를 필수적인 절차로 하는 예가 늘어나 서명 이후 비준이라는 별도의 절차가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서명을 하였다고 하여도 이후 비준 여부에 관하여 이제는 국가가 완전한 재량을 가집니다. 비준은 무조건적이어야 하며, 유보의 첨부가 아닌 한 조건부 비준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한편 현대사회로 올수록 조약 체결의 건수가 급증했습니다. 비교적 일상적 내용의 조약에 대하여는 비준이라는 절차를 생략하고 서명과 동시에 발효하는 간소한 체결절차를 활용하는 예도 늘었습니다. 오늘날 조약이 서명만으로 발효하는지, 비준을 필요로 하는지를 침묵하는 경우 어떠한 발효절차가 적용될까요? 조약이 비준의 필요성을 명기하지 않은 조약의 경우 20세기 이래의 관행은 거의 예외 없이 서명만으로 발효하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비엔나 협약은 서명과 비준, 어느 편도 조약 발효의 기본원칙으로 채택하지 않고, 당사국의 의사에 맡기기로 했습니다.

수락(acceptance)과 승인(approval)은 오늘날 사실상 비준과 거의 같은 기능을 합니다. 가입(accession)이란 이미 조약에 관한 협의가 끝났거나 서명을 마친 이후 추가로 당사국이 되겠다는 의사표시입니다. 과거에는 이미 발효된 조약에 대하여만 가입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였으나, 오늘날에는 가입 조항을 두고 있는 대부분의 조약이 발효와 상관없이 가입문호를 개방하고 있습니다. 조약에 따라서는 같은 내용을 상호 확인하는 문서 교환의 방식으로 기속적 동의를 표시하기도 합니다. 문서교환은 원래 비공식적인 조약 체결의 형식으로 활용되기 시작하였으나, 오늘날에는 널리 활용되고 있습니다. 기존 조약을 개정하거나 보완하는 경우에 많이 활용됩니다. UN에 등록되는 조약의 약 1/3이 문서교환 형식으로 체결되었다고 합니다.

비엔나 협약은 합의된 다른 방식으로도 조약에 대한 기속적 동의를 표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서명절차조차 거치지 않고, 당사국 간 조약의 채택만으로 발효에 합의할 수도 있습니다.


조약의 발효 전이라면 일단 표시된 기속적 동의를 철회할 수 있을까요? 비엔나 협약에는 이에 관한 조항이 없습니다. 조약이 발효 전이라면 국가는 아직 확정적으로 조약의 구속을 받지 않는다는 이유에서 동의 의사를 취소할 수 있다고 해석됩니다. 예를 들어 비준서를 제출한 경우에도 아직 조약이 발효하지 않았다면 비준을 철회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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