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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관계와 국제법

DJ잉치키 2022. 7. 7.

1. 국가의 대외기관

국가는 관념적 존재이므로 실제 활동은 국가의 기관을 통해서 하게 됩니다. 국가기관 중 일부는 국제사회에서 직접 자국을 대표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되어 있으며, 국가는 이러한 기관을 통하여 외교업무를 수행합니다. 국제사회에서 국가원수, 정부 수반, 외교부 장관은 특별한 증명이 없이도 그 직책만으로 자국을 대표하는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직책에 있는 자는 전권위임장 없이도 조약을 체결할 수 있습니다.

국가원수는 국가에 따라서 한국처럼 실질적인 최고의 권한을 갖는 경우도 있고, 영국처럼 의례적인 권한만을 갖고 실질적인 권한을 정부수반이 행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과거 유럽에서 절대주의 국가 시절에는 외교에 있어서도 국가원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막중하였으나, 19세기를 면서부터 점차 비중이 줄고 행정부의 역할이 커졌습니다. 그러나 제2차 대전 이후 정상외교가 일반화되면서 중요한 외교문제는 국가원수 간의 직접적인 회담을 통하여 해결하는 예가 늘었습니다. 국가원수가 외국을 공식 방문하였을 때에는 모든 민형사 관할권으로부터 면제된다. 국가원수의 가족과 공식 수행원에게도 일체의 면제가 인정됩니다. 이는 국가원수 개인의 권리라기보다는 국가 자체의 권리이며, 주권면제의 법리가 적용됩니다.

외교부 장관은 국제문제에 있어서 국가의 제1차적 대변자입니다. 국가원수는 정치적 비중이 큰 사안에만 관여하며, 일반적인 외교사안은 외교부 장관의 책임하에 진행됩니다. 종래 국제법은 외교부 장관의 지위에 대하여 명백히 하고 있지 않았으나, 최소한 그의 지휘를 받는 외교사절에게 인정되는 특권과 면제가 모두 인정되어야 한다는 점에는 이의가 없습니다.

국가의 일상적인 외교활동은 외교사절을 통하여 진행됩니다. 즉 상대국에 파견된 자국 외교사절이나, 자국에 주재하는 상대국 외교사절을 통하여 교섭이 이루어집니다. 외교사절이란 국가의 외교업무 수행을 목적으로 타국에 파견되는 자를 말합니다.

서양에서는 웨스트팔리아 조약 이후 상주 외교사절을 파견하는 제도가 일반화되기 시작하였습니다. 따라서 외교관계에 관한 국제법은 매우 오랜 관습법 발달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는 1961년 외교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이 채택되어(1964년 발효) 이 분야에 관한 국제법의 기본을 이루고 있습니다. 2011년 11월 현재 한국을 포함한 187개국이 당사국이므로 기본 내용은 관습 국제법을 형성하고 있다고 봅니다. 본 항목의 설명 역시 외교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을 중심으로 진행되며, 괄호 안에 표기된 조문 번호는 이 협약의 조문번호를 의미합니다. 이 협약에 규정되지 않은 분야는 여전히 관습 국제법에 의하여 규율됨은 물론입니다.

 

2. 외교사절의 파견

모든 국가는 상호 합의하에 외교관계를 수립하고 상주 공관을 설치할 수 있습니다. 상대국에 대한 승인은 국가의 일방적 행위이나, 외교관계의 수립에는 합의를 필요로 합니다. 승인은 외교관계 수립의 전제조건이나 보통 승인과 외교관계의 수립은 동시에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편 외교관계의 단절이 곧 승인의 취소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외교관계의 수립에 합의하면 상주 공관의 설치 여부를 협의합니다. 외교공관은 관례적으로 수도에 설치하나 합의만 성립되면 여타 도시에 추가 사무소의 설치도 가능합니다. 외교관계를 수립하고 있는 모든 국가에 상주 공관이 설치되지는 않으며, 제3 국 거주 외교사절을 겸임 사절로 임명할 수 있다. 외교직원은 원칙적으로 파견국의 국민이어야 하지만, 접수국이 동의를 하면 제3 국인 또는 접수국 국민을 외교직원으로 임명할 수도 있습니다. 

상대국이 호감을 갖지 않는 자를 외교사절로 임명하면 원활한 업무수행에 차질을 빚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외교사절의 장을 파견하기 전에 통상적으로 상대국의 수락여부를 문의하고, 동의가 있으면 외교사절을 공식적으로 임명합니다. 이러한 사전 동의를 아그레망(agrément)이라고 한다. 아그레망의 거부는 국가 사이의 비우호적 행위가 아니며, 거부의 이유를 제시할 필요도 없습니다. 사절단의 장이 아닌 공관 직원은 자유로이 임명할 수 있지만, 국가에 따라서는 주재 무관에 대하여 사전에 명단 제출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외교사절의 장은 다음 세 가지 계급으로 구분된다. 첫 번째는 국가원수에 파견되는 대사, 두 번째는 국가원수에 파견되는 공사, 세 번째는 외교부 장관에 파견되는 대리공사로 구분됩니다. 어떠한 계급의 공관장을 파견할 것인가는 양국 간의 합의에 따릅니다. 공관장의 계급은 서열 및 의례에만 관계되고, 직무수행과 특권 · 면제에 있어서는 차이가 없습니다. 외교사 절간의 서열은 1차적으로 계급에 의하여 결정되고, 동일 계급 간에는 직무 개시일 순으로 정하여집니다. 일반적으로 신임장을 제정한 날을 공식적인 직무 개시일로 삼습니다. 과거에는 제한된 국가에 대하여만 대사가 파견되고, 기타 국가에 대하여는 그 이하 계급의 외교사절이 파견되었습니다. 구한말 조선에 부임한 외국 공관장은 모두 공사였으며, 대사는 없었습니다. 오늘날은 아무리 소규모 공관이라도 대사를 장으로 임명함이 통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3. 외교공관의 구성과 통례

외교공관의 공관원은 공관장, 외교직원, 행정 및 기능직원, 노무직원 등으로 구성되는데, 그중 공관장과 외교직원을 외교관(diplomatic agent)이라고 합니다. 공관의 규모에 관하여 특별한 합의가 없을 경우, 접수국은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합리적이고 정상적이라고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공관의 규모를 유지하도록 요구할 수 있습니다. 

 

또한 공관장을 포함한 외교관에 대하여 접수국은 언제든지 불만을 표시하고 그를 받아들일 수 없는 인물(persona non grata)이라고 파견국에 통고할 수 있으며, 그 이유를 제시할 필요는 없습니다. 반드시 해당자에 대한 개인적 불만이 아니라, 파견국에 대한 불만을 이유로 persona non grata를 선언하기도 합니다. 접수국이 persona non grata를 선언하면 대개 제한된 시간만을 주고 출국을 요구합니다. 이 기한 내에 출국하지 않으면 접수국은 그에게 더 이상 외교관으로서의 특권과 면제를 인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본국의 국가원수가 합헌적 방법으로 변경된 경우 외교사절의 지위에는 변화가 없으며, 새로운 국가원수의 신임장이 요구되지도 않습니다. 합헌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정권이 교체된 경우에는 새로운 국가원수의 신임장을 필요로 하게 되나, 이 경우에도 대부분의 국가들이 기존에 부임하고 있던 외교사절들을 신 정부의 외교사절로 계속 활동하도록 인정하는 것이 통례입니다.

 

4. 외교사절의 직무

비엔나 협약은 외교사절의 직무를 다음과 같이 열거하고 있습니다.

1) 접수국에서 파견국 외교적으로 대표합니다. 유사한 직책이라고 할 수 있는 영사에 대하여는 자국을 외교적으로 대표하는 기능이 원칙적으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2) 접수국에서 파견국과 파견국 국민의 이익을 보호합니다. 이는 외교사절의 외교적 보호 기능입니다.
3) 접수국 정부와의 교섭, 이는 외교사절의 가장 일상적인 기능 중의 하나입니다. 접수국과의 공적 사무는 그 나라 외교부 또는 합의되는 기타 부처를 통하여 수행합니다.
4) 합법적 수단에 의하여 접수국의 사정과 발전을 확인하고, 이를 본국 정부에 보고합니다. 이는 종종 접수국 국내문제 불간섭 의무와 마찰을 빚거나, 간첩활동의 혐의를 받을 수 있습니다.

5) 접수국과 파견국 간의 우호관계 증진 및 양국 간 경제, 문화 및 과학 관계의 발전을 도모합니다.

필요에 따라서 외교공관이 영사업무를 수행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는 외교업무와 영사업무가 잘 구별되지 않으며, 경제성과 효율성을 이유로 외교직원과 영사는 공관 내 보직 개념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보통은 외교관 자격으로 파견한 후 필요하면 영사기능을 추가로 등록하여 영사업무를 보도록 합니다. 파견국의 입장에서는 특권 · 면제의 범위가 넓은 외교관으로 파견하는 것이 편리하기도 합니다.
한편 접수국은 외교공관의 직무수행을 위하여 충분한 편의를 제공하여야 합니다. 외교관 역시 접수국의 법령을 존중하여야 하며, 현지 내정에 개입하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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