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사 제도의 의의와 내용
1. 영사 제도의 제도적 의의
역사적으로 영사 제도는 외교사절 제도보다 더 오래되었습니다. 즉 중세 이탈리아 도시국가의 상인들이 외국 현지에서의 분쟁해결을 위하여 상사중재인을 선임한 것에서 기원하였습니다. 이후 상주 외교사절 제도의 발달에 따라 일시 역할이 쇠퇴되었으나, 19세기 이후 유럽 세력의 대외 진출에 따른 해외시장 경쟁과 동양에서의 영사 재판과 치외법권의 확대로 다시 주목을 받았습니다.
영사는 본국을 외교적으로 대표하지 않습니다. 그의 임무는 주로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보호하고, 자국민을 보호하고, 여권과 입국사증을 처리하고, 혼인·상속 등 주로 사법상의 문제를 처리하는 등 비정치적 · 상업적 업무가 중심입니다. 그러나 파견국의 공무원이라는 점에서 국가기관으로서의 성격을 지니며, 사실상의 외교 채널의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영사관계에 관한 법원은 과거 관습 국제법 형태로 존재하다가 1963년 영사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이 채택되어 오늘날 기본 법규로서의 역할을 합니다. 2011년 11월 현재 173개국이 당사국이며, 한국 역시 1977년 유보 없이 가입하였습니다. 본 영사관계 항목에서의 조문 번호는 이 협약의 조문번호를 가리킵니다.
2. 종류와 파견
영사관계는 국가 간 상호 합의로써 수립됩니다. 외교관계 수립에 합의하였다면 달리 의사표시가 없는 한 영사관계의 수립도 동의한 것으로 됩니다. 반면 외교관계의 단절은 자동적으로 영사관계의 단절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과거의 한국-인도, 한국-이집트와 같이 외교관계를 수립하기 전 영사관계만 수립할 수도 있습니다. 외교공관은 상대국 수도에 1개소만 설치됨이 원칙이나, 영사관은 지방에 여러 개 설치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영사에는 본국에서 파견되는 본무 영사와 주로 현지 인사 중에서 임명되는 명예영사가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영사라 함은 본무 영사를 가리킵니다. 명예영사는 대개 별도의 개인적 직업을 갖고, 임명국의 홍보나 사증 발급 등 최소한의 공적 임무만을 수행합니다. 영사기관장의 계급에는 총영사, 영사, 부영사, 영사대리의 4종이 있습니다. 영사 간의 석차는 1차적으로 계급 순이며, 동일 계급 내에서는 영사인가장을 발급받은 순서에 따릅니다. 명예영사는 본무 영사보다 후순위입니다.
파견국은 영사 위임장(또는 유사한 문서)을 발급하여 영사기관장의 자격을 증명하고, 접수국은 영사인가장을 발급하여 그의 직무의 개시를 공식 인정합니다. 외교사절의 장과 달리 사전에 아그레망 절차는 적용되지 아니하나. 접수국은 필요시 영사인가장의 부여를 거부할 수 있으며, 이때 그 이유를 설명할 의무가 없습니다. 접수국은 영사관원에 대하여 언제나 persona non grata임을 선언하고 본국 소환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3. 영사의 직무
영사의 직무는 비정치적이고, 주로 사법적(私法的) 이해관계와 관련된 지원업무입니다. 비엔나 협약 제5조는 영사의 임무를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니다. 1) 접수국 내에서 파견국과 그 국민의 이익을 보호, 2) 파견국과 접수국 간의 통상 · 경제·문화 및 과학 관계를 발전시키고, 우호관계를 촉진, 3) 접수국 사정을 조사하여 이를 본국 정부에 보고하고 정보를 제공, 4) 자국민에 대한 여권 발급 및 타국민에 대한 입국사증 발급, 5) 자국민에 대한 원조, 6) 공증 및 민사업무 수행, 7) 자국민이 관련된 상속 업무 처리, 8) 미성년자인 자국민에 대한 후견, 9) 자국민을 위한 대리행위, 10) 자국 법원을 위한 사법적 업무의 수행(송달, 증거조사 등), 11) 자국 선박, 항공기 및 그 승무원에 대한 감독, 12) 자국 선박, 항공기 및 그 승무원에 대한 원조와 분쟁해결을 지원. 한편 접수국은 영사의 기능 수행을 위하여 충분한 편의를 제공하여야 합니다.
접수국에 파견국 외교공관이 없는 경우 영사관원은 접수국의 동의를 얻어 외교활동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단 이러한 활동이 그에게 외교사절에 해당하는 특권과 면제를 요구할 근거가 되지는 않습니다.
4. 특권과 면제
영사관은 불가침이며, 영사기 관장이나 파견국 외교 기관장의 동의가 없이는 현지 관헌이 영사관에 진입할 수 없습니다. 다만 외교 공관과의 차이점은 화재 또는 신속한 보호조치를 필요로 하는 재난의 경우에는 진입에 동의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입니다. 또한 접수국의 안보나 공익상 필요하다면 신속하고 적정하며 효과적인 보상을 지불하는 조건에서 영사관이나 비품, 재산, 수송수단 등을 수용할 수 있음을 적극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한편 접수국은 침입이나 파괴로부터 영사관을 보호하고 영사관의 평온과 존엄을 보호할 의무를 부담합니다. 단 영사관원의 사저에 대하여는 불가침권이 인정되지 아니합니다.
영사 문서와 서류는 언제 어디서나 불가침입니다. 영사 행랑은 개방되거나 억류될 수 없다. 외교행랑과의 차이점은 영사 행랑 속에 공용 이외의 물품이 포함되었다고 믿을 중대한 이유가 있으면 접수국 관헌의 입회하에 파견국 대표가 이를 개방하도록 요청할 수 있으며, 만약 개방을 거부하면 행랑을 발송지로 반송시킬 수 있음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영사의 개인적 서류에 대하여는 불가침권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영사관원의 신체는 불가침권을 향유합니다. 다만 중대한 범죄의 경우 접수국 사법부의 결정에 따라 체포 또는 구속될 수도 있으며, 또한 영사관원에 대하여 형사소송절차가 개시된 경우 출두할 의무가 있다는 점에서 외교관의 불가침권에 비하여 그 인정의 폭이 크게 축소되어 있습니다. 영사는 직무 수행 중의 행위에 대하여만 접수국의 사법 및 행정 당국의 관할권에 복종하지 않습니다.
영사의 특권과 면제는 부임하기 위하여 접수국에 입국하였을 때부터 임무를 종료하고 출국할 때까지 인정됩니다. 다만 공적 행위에 대하여는 영구히 관할권으로부터 면제를 향유합니다.
영사관원으로서의 특권과 면제는 개인적 권리가 아니라 파견국의 권리이므로 포기도 파견국만이 할 수 있습니다. 포기는 항상 명시적으로 서면을 통하여해야 합니다. 민사 또는 행정소송에서의 면제의 포기는 판결 결과의 집행에 대한 면제 의기까지를 의미하지 않으며, 집행에 대하여는 별도의 포기가 있어야 합니다.
5. 명예영사
명예영사는 대체로 현지의 유력인사 중에서 선임되어 정식의 보수는 없이 제한된 업무만을 수행합니다. 본래의 개인적 직업활동을 계속함이 보통입니다. 명예영사의 경우 공적 활동과 관련된 부분에 대하여는 특권과 면제가 인정되며, 직무수행에 관하여는 증언의 의무가 없습니다. 접수국은 명예영사의 공관을 침입이나 손괴로부터 보호하여야 하며, 명예영사관의 공문서는 언제 어디서나 불가침입니다. 다만 명예영사의 사적 활동에 대하여는 특권과 면제가 인정되지 않으며, 그의 가족에 대하여도 별다른 특권과 면제가 인정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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