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력분쟁의 종료와 그 방법
1. 평화 조약의 체결
평화조약(treaties of peace)은 전쟁 종료를 위한 분쟁 당사 간의 명시적 합의입니다. 이는 무력 분쟁을 종식시키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으로 동조약의 효력 발생과 더불어 무력분쟁은 종료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왜냐하면 당사자 간 합의로 분쟁을 종식시킬 경우 분쟁 과정에서 야기된 많은 문제들을 명확하게 정리할 기회를 보장하기 때문입니다.
평화조약의 체결권자는 국내 헌법상의 조약체결권자로 일반적으로 국가원수이며 휴전조약, 특히 부분적 휴전조약의 체결권자인 군사령관은 평화조약을 체결할 권한이 없습니다. 평화조약은 일반적으로 비준을 요하며 그 효력은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비준서의 교환 시가 아니라 서명 시에 소급해서 발생하는 것이 일반 조약과 다른 특색의 하나입니다.
또한 서명되었으나 비준되지 않은 평화조약은 평화조약으로서 효력이 없으나 휴전조약으로서의 효력은 갖습니다. 그러므로 평화조약이 서명되기 전에 휴전조약이 체결되어 있는 경우에는 비준되지 않는 휴전 조약은 앞의 휴전조약을 개정한 것으로 봅니다.
2. 적대행위의 중지
교전당사국이 휴전 또는 강화조약을 체결하지 않고 사실상 모든 적대행위를 중지함으로써 전쟁 계속의 의사를 상실한 경우에도 전쟁은 종료됩니다. 이는 무력분쟁 상태의 종료에 관한 형식적 절차에 의하지 않는 묵시적 합의에 의한 방식입니다.
이러한 묵시적 방법에 의한 무력 분쟁 종료는 대개 19세기 이전의 현상입니다. 그러나 국제연합의 집단 죄 하에서는 역설적으로 이와 같은 전쟁 종료의 방식이 새로이 부활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콜롬비아와 페루 간의 레티카(Letica) 전쟁은 국제연맹 이사회가 규약에 의하여 행동을 취한 결과, 1933년 단순히 적대행위의 중지를 통하여 종결을 보았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 방식에 의한 전쟁의 종료는 그 종료의 확정시기가 불명확하므로 교전국 및 그 국민 상호 간의 관계와 교전국과 중립국 간의 관계가 애매한 것이 난점입니다. 또한 전후처리에 관한 제 조건도 명시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당사국 간에는 이른바 '현유 상태의 원칙'이 적용된다는 것이 통설입니다. 그러므로 무력분쟁 중에 몰수한 적국의 재산은 점유국의 소유로 되며 점경지도 점령국에 귀속됩니다. 물론 무력분쟁이 종료한 후에 당사국 간 새로운 합의에 의하여 이 상태를 변경할 수 있습니다.
3. 정복과 병합
교전국이 적국의 영역을 정복하는 경우, 즉 적국의 영역을 전부 점령하고 적의 저항을 완전히 배제하여 점령지를 병합할 경우 병합에 의하여 적국은 소멸하고 무력분쟁은 자동적으로 종료합니다. 상대국의 국제법 주체로서의 존재를 소멸시킴으로써 무력분쟁 상태를 종결시키는 이러한 방법은 무력분쟁의 종료는 분쟁 당사국 간의 합의에 의한다는 일반론과는 상치됩니다.
정복이 유효하기 위해서는 정복국에 의한 피정복국의 완전한 복종, 즉 피정복국의 영토 전부에 대한 실효적 확정적 지배가 있어야 하고, 정복국에 의한 병합 의사의 표시가 있어야 합니다. 실효적 확정적 지배란 상대국의 전영토를 점령했다고 해서 확립되는 것이 아닙니다. 실효적 확정적 지배 없는 정복은 없지만 실효적 확정적 지배 자체가 정복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국내에 잔존하는 세력들이 다시 이전의 영토를 탈환할 수도 있고, 국외로 탈출한 망명 세력이 동맹국과 연합하여 반격에 나설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정복국과 피정복국 간에는 무력투쟁이 계속 진행 중인 것으로 봅니다. 따라서 실효적 확정적 지배라 함은 잔존 세력이 완전히 소탕되어 저항능력이 완전히 말살된 경우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또한 실효적 확정적 지배가 있었다고 해서 정복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며 반드시 정복국의 피정복국 영토에 대한 병합 의사의 표시가 있어야 합니다.
오늘날 정복에 의한 영토 취득의 합법성은 부인됩니다. 이는 국제 연합의 추련과 때를 같이하는 바, 전쟁을 위법화하고 있는 현 국제법 하에서 정복의 불법성은 국제 연합 헌장뿐만 아니라 <제국가 간의 우호관계와 협력에 관한 국제법 원칙에 대한 선언>도 무력에 의한 영토 취득의 승인을 거부하면서 이는 헌장에 대한 위반 여하를 불문하고 무효라고 선언하고 있습니다.
4. 무력분쟁 종료 선언
교전국의 일방이 공식적인 평화조약을 체결하기 전에 타방 교전국에 대하여 무력분쟁 상태가 종료하였음을 선언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무력분쟁 종료 선언은 합의의 형식으로 행하여지기도 하고 일방적으로 행해지기도 합니다. 예컨대 무력분쟁 종전에 관한 일본과 소련의 공동선언(1956년) 및 일본과 중공 양국 정부의 공동성명(1972년) 등은 전자에 속하고, 제1차 세계대전 후 미국과 중국 등에 의한 종전 선언은 후자에 속합니다. 전자의 경우는 비록 평화조약의 방식을 취하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일단 합의로써 평시 관계의 회복을 명시하였으므로 이를테면 명시적 합의에 의한 무력분쟁 종료 방식의 변형이라 하겠습니다. 후자의 경우(일방적 선언)는 무력분쟁의 종료에 대한 일종의 예약적 의사표시라고 하겠으며, 국제법상 무력분쟁은 후일 명시적 합의가 있을 경우에 종료합니다.
그러나 무력분쟁 상태 종결 선언은 그 절차가 다양할 뿐만 아니라 동 선언이 있은 후에 평화조약을 체결하는 것이 대다수 국가의 관행이므로 일방적 선언만으로 국제법상의 무력분쟁 상태가 확정적으로 종료된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인지는 의문이 있습니다. 무력분쟁의 종료 효과는 타방 교전국의 합의를 추정할 수 있는 행위가 존재하여야만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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