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력분쟁의 개시와 방법에 대하여
1. 무력분쟁 개시의 의의
무력분쟁의 개시라 함은 평시 국제법 관계를 적시 국제법 관계로 전환시키는 행위를 말하며, 명시적이든 묵시적이든 타방 당사국의 동의를 요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국제법적 의미의 전쟁상태가 성립되려면 일방 교전당사국은 타방 교전당사국에게 전의를 표시하여야 합니다.
이처럼 국제법상 무력분쟁의 개시에 있어 전의를 요하는 것은 무력분쟁과 평화는 배타적인 것이라는 전통 국제법적 견해에 따른 것입니다. 이른바 전쟁과 평화 양자 간에는 중간단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전의가 표시되어야만 무력분쟁의 발발로 인정된다는 개념은 집단적 안전보장 제도의 도입 및 무력분쟁의 불법화와 범죄화에 따라 이전과 같이 무력분쟁의 개시를 나타내는 확정적 기준으로 인정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국제사회의 제재나 비난을 회피하기 위하여 사전에 전의를 표시하지 않은 채 기습공격 또는 대규모 군사력을 동원한 무력사용으로 실제 무력분쟁을 감행하는 것이 일반화되었기 때문입니다.
무력분쟁의 개시 방법은 역사적으로 변천해왔습니다. 중세시대의 무력분쟁 개시 방법은 무력행사 3일 전에 사자가 상대방 군주에게 도전장을 전하는 의식으로 거행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방법은 16세기부터 상주 외교사절 제도의 확립으로 점차 쇠퇴하고 말았습니다. 17세기에 이르러 도전장 의식은 선전포고라는 공문서로 대체되었으나 1908년 제2차 헤이그 국제평화회의 이전에는 국가 간의 관습이나 일반 조약으로 확립되지 못하였습니다.
전쟁 개시 방법에 대해 최초의 명문규정을 두고 있는 1907년 '전쟁 개시에 관한 조약'(개전 조약)은 개전의 성립에는 선전포고, 최후통첩 등에 의해 사전에 통고를 요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개전 조약의 비당사국에게는 관습 국제법상의 묵시적 전의 표시에 의한 적대행위로 전쟁을 개시할 자유가 인정되고 있습니다.
2. 무력분쟁의 방법
1) 선전포고
선전포고는 전쟁 개시의 의사를 상대 교전국에게 명시적으로 표명하는 일방적 법률 행위입니다. 따라서 상대 교전국의 수령 또는 수락을 요하지 않으며, 선전포고와 동시 전쟁상태가 성립되어 적대행위를 할 수 있습니다.
1907년 '개전 조약'에 따라 선전포고는 즉시 중립국에게 통고하여야 하며, 통고한 후가 아니면 그 중립국에 대하여 효과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중립국이 실제로 무력분쟁 상태를 인지한 것이 확실할 때에는 당해 중립국은 통고의 흠결을 주장할 수 없습니다. 한편, 통고를 하지 않았더라도 전쟁은 개시되며, 다만 교전국에 대하여 그 권리를 주장할 수 없을 뿐입니다.
무력 분쟁의 개시 방법에 있어 선전 포고의 실례로는 1945년 8월 8일 일본이 포츠담 선언을 수락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일본에 대해 개전 선언을 하고 다음날부터 무력분쟁 상태에 돌입한 것과 1941년 12월 8일 진주만을 공격하고 난 뒤 1시간 후 미국에 대해 선전포고를 한 것을 들 수 있습니다.
2) 최후통첩
최후통첩이란 최후적 요구를 상대국에게 통고함과 동시에 그 요구가 일정기간(보통 24~48시간) 내에 수락되지 않을 경우에는 그것을 조건으로 그 기간이 지난 즉시 전쟁에 돌입하는 것을 명시적으로 통고하는 일방적 법률 행위인 외교문서입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1991년의 걸프전을 들 수 있습니다. 1990년 8월 2일 약 350대의 탱크를 앞세운 이라크군이 쿠웨이트를 기습 침공하여 '잠정 자유정부'를 수립한 후 8월 8일 쿠웨이트를 병합하고 8월 28일에는 이라크의 19번째 주로 편입시키자 국제연합은 1990년 11월 19일 외무장관급 협의를 통하여 이라크가 1991년 1월 15일까지 쿠웨이트에서 완전 철수하지 않으면 회원국들에게 '필요한 모든 수단을 행사할 권한을 부여한다'라는 결의를 채택하였고, 이라크가 이에 불응하자 결국 1991년 1월 17일 미명을 기해 다국적군의 이라크 공격이 시작되었고 지상군의 전면적인 공격이 시작된 지 1백 시간 만에 이라크는 무조건 항복을 함으로써 군사행동은 중지되었습니다.
걸프전은 국제연합 설립 이후 일국이 자국의 소유라고 주장하는 영토를 회복하기 위하여 처음으로 무력을 사용한 예는 아니지만 회원국의 전영토가 타국의 무력에 의하여 강제적으로 점령된 최초의 사건이었습니다.
3) 적대행위
적대행위는 무력에 의한 가해행위로써 묵기적 전쟁 개시 방법입니다. 1907년 '개전 조약'은 적대행위에 의한 선언하지 않은 전쟁을 금지하고 있지만 일반 국제 관습법상으로는 허용되어 왔습니다.
현대 국제법은 전쟁의사의 존부 또는 적대행위의 성질에 따라 전쟁상태의 존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무력행사의 존재에 의한 평화의 위협과 파괴의 존부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과거의 전쟁 개시 방법인 선전포고 또는 최후통첩 대신에 전쟁의사의 표시 없이 단순히 적대행위(사실상의 무력분쟁)를 개시하는 국가 관행이 보편화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1950년 6월 25일 북한의 대한민국 기습 침략을 들 수 있습니다.
사실상의 무력분쟁이 존재해 온 종래의 이유로는 첫째로 헤이그협약이 총 가입 조항을 포함하고 있어 비당사국과의 관계에서는 부득이했다는 것과 둘째로 기습이라는 것이 고도의 군사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더욱 주목할 일은 당시의 사실상의 무력분쟁이 개전에 관한 형식 차원의 문제보다는 무력분쟁 그 자체의 위법성과 범죄성이 강조되는 바람에 그런 형식을 피하려 해서 나타난 관념이요 실행이라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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