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테러에 대한 국제법적 대응
1. 국제 테러와 국제사회의 대응
일정한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테러라는 수단을 사용하는 것은 비단 현대의 특유한 현상은 아니지만, 근래 국제사회에서는 테러행위가 매우 빈번해지고 규모도 대형화되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일시에 전쟁에 버금가는 많은 사망자를 낸 9.11 사건 이후 국제 테러에 대한 관심과 논란이 한층 깊어지고 있습니다. 국제 테러는 국가 자신에 의하여 실행되는 경우도 있지만, 9.11 사건에서 보듯 오늘날은 비국가 행위자(non-State actor)에 의하여 감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과학기술의 발달에 따라 사적 단체들도 상당한 파괴력을 가진 무기와 폭탄을 쉽게 확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비국가 행위자에 의한 국제 테러는 이에 대한 국제법적 대응을 한층 복잡하게 만듭니다.
사실 테러행위는 그 정치적 동기가 무엇이든 행위지에서는 일반 범죄로 용이하게 처벌될 수 있습니다. 테러행위의 수단으로 삼는 살인, 폭탄 투척, 인질 행위 등은 어느 국가에서나 이미 형사범으로 금지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용의자가 외국으로 도주한 경우에는 그에 대한 처벌이 쉽지 않습니다. 용의자는 이념적으로 자신들에게 공감하며 일정한 비호를 베풀거나 최소한 이들의 존재를 묵인할 국가로 도주하기 때문입니다.
2. 국제사회의 테러에 대한 공동 대응
국제사회는 테러에 대한 공동 대응의 노력으로 국제연맹 시절인 1937년에 이미 「Convention on the Prevention and Punishment of Terrorism」을 합의한 바 있습니다. 이 협약은 곧이은 제2차 대전 발발의 여파로 발효하지는 못하였다. 1960년대 후반부터 항공기 납치가 빈발하고 특히 1972년 올림픽 경기시 “검은 원단의 선수촌 점거 사건이 발생하자 국제사회는 본격적으로 테러리즘에 대한 대응에 착수했습니다.
1972년 UN 총회는 테러리즘에 관한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1994년에는 Declaration on Measures to Eliminate Intermational Terrorism을 채택했습니다. 이 선언은 모든 테러행위는 어디에서 발생하였든 누구에 의하여 발생하였든 정당화될 수 없는 범죄행위이며, 정치적·철학적 이념적 · 인종적 · 민족적 · 종교적 · 기타 어떠한 성격의 고려사항도 정치적 목적으로 일반 대중이나, 집단 또는 개인을 공포에 몰아넣기 위한 범죄적 행위를 정당화할 수 없다고 규정했습니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아직 테러리즘에 관한 포괄적 정의에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직 무력의 사용 또는 위협을 통하여 공포감을 조성하려 한다는 테러의 요소에 관하여만 견해가 일치합니다. 일반적 정의를 도출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한편에서는 잔인한 테러리스트라고 비난받는 행위자가 다른 편으로부터는 자유의 투사로 칭송받는 현실 때문입니다.
3. 국제 테러리즘에 대한 포괄적 협약
다만 테러리즘에 대하여 일반적으로 합의된 정의가 없다는 사실이 테러리즘에 대한 국제법적 규제까지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국제사회는 테러의 유형이나 목적별로 대상을 한정하는 세부적인 반테러 협약을 다수 성립시켰습니다. 예를 들어 항공기의 납치나 안전운항을 위협하는 행위, 인질 행위, 선박의 안전운항 위협행위, 폭탄 테러, 테러 행위자에 대한 자금 차단, 핵물질 테러 등 그 종류도 다양합니다. 현재는 국제 테러리즘에 대한 포괄적 협약이 논의 중입니다.
이제까지의 각종 반테러 협약의 공통적 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각 협약은 통상 테러 행위자의 신병을 확보하고 있는 당사국은 그를 기소하든가 그를 처벌할 다른 당사국으로 인도할 것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원칙은 반테러 협약의 실효성을 확보할 기본적 원칙이다. 항공기 납치에 관한 1970년 헤이그 협약의 경우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당사국이므로 납치범으로서는 사실상 숨을 곳이 없어지며, 그에 대하여는 일종의 준 보편 관할권이 성립되어 있는 셈입니다. 둘째, 각 협약의 당사국은 협약의 대상 범죄를 범죄인 인도의 대상에 포함시키며, 협약 자체를 범죄인 인도의 근거로 삼습니다. 또한 정치범 불인도의 원칙을 이들에게는 적용시키지 않습니다. 셋째, 협약의 당사국들은 대상 행위를 국내법상의 범죄로 규정하며, 이를 중대한 범죄로 처벌하기로 약속했습니다.
한편 UN 안전보장 이사회는 테러리즘을 국제평화와 안전에 대한 위협으로 규정하고 헌장 제7 장에 근거한 강제조치도 종종 발동하고 있습니다. 1988년 영국 로커비 상공에서의 팬암기 폭발사건의 용의자의 인도를 리비아가 거부하자, 1992년 안보리는 국제 테러가 국제평화와 안전에 대한 위협을 구성한다고 결의하고, 헌장 제7장에 따른 각종 강제 제재조치를 발동했습니다. 1996년 수단에 대하여도 테러리즘을 이유로 역시 현장 제7장에 따른 강제 제재를 취했습니다. 9.11 사건 이후 이러한 입장은 더욱 강화되어,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부와 오사마 빈 라덴 및 알 카에다에 대한 각종 제재조치가 쏟아졌습니다. 테러행위 자체에 대한 금지뿐만 아니라, 테러단체에 대한 자금원의 차단을 위한 조치도 취해졌습니다.
그러나 아직 국제 테러리즘이 인도에 반하는 죄나 전쟁범죄와 같은 국제범죄의 반열에 올라 있지 않습니다. 국제 테러리즘은 국제 형사재판소의 관할 범죄에도 속하지 않습니다. Rafiq Hariri 전 레바논 수상 암살사건에 관한 레바논 특별재판소를 제외하고는 이를 처벌할 국제기관도 없습니다. 테러 행위자에 대한 처벌은 아직 개별 국가의 국내 재판소를 통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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