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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분쟁의 사법적 해결과 중재재판

DJ잉치키 2022. 6. 27.

1. 국제분쟁 사법적 해결의 기원

근대적 형태의 국제분쟁의 사법적 해결의 효시로는 통상 Jay 조약을 말합니다. 이는 미국의 독립전쟁의 후속처리를 위하여 1794년 미국과 영국 간에 체결된 조약으로 협상을 통하여 해결되지 못한 분쟁은 양국인 동수로 구성된 위원회에 회부하여 해결할 것을 예정하였습니다. 이는 진정한 의미의 제3자적 분쟁해결기관이라고는 할 수 없었지만, 실제로는 어느 정도 사법기관과 같은 기능을 수행하였고, 결과는 나름대로 성공적이었습니다.

이어 남북전쟁 이후 미국과 영국은 1871년 워싱턴 조약을 체결하여 전쟁 기간 중 영국이 남군에게 Alabama호를 판매한 행위가 중립법 위반인가 여부를 제3자적 기관을 구성하여 다루기로 했습니다. 양국은 재판의 준칙을 미리 합의하고, 미국과 영국을 포함하여 브라질, 이탈리아, 스위스 출신 각 1명 모두 5명으로 재판부를 구성하여 사건을 심리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재판부는 영국의 중립 법규 위반과 배상의무를 결정하였습니다. 이 사건은 중재재판을 통한 국제분쟁의 해결 가능성을 여실히 과시한 예시였습니다. 이후 각국은 조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조약 운영에 관한 분쟁이 발생하면 중재재판에 회부하기로 규정하는 예가 늘어났으며, 학계에서도 국제중재재판제도에 대한 연구가 크게 진척되었습니다.

2. 중재재판의 개념과 방법

중재재판(international arbitration)이란 분쟁 당사국이 스스로 선정한 재판관에 의하여 법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분쟁을 구속력 있는 판정으로 해결함을 목적으로 하는 제도입니다. 중재재판은 그 결과가 분쟁 당사국에 대하여 구속력을 지닌다는 점에서 조정, 심사 등과 같은 분쟁의 비사법적 해결방법과 차이가 있고, 분쟁 당사국이 재판관과 재판의 준칙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제도가 사전에 마련되어 있는 사법재판과 구별됩니다.

중재재판은 결과의 구속력이란 점을 제외하고, 절차의 진행은 당사국의 의사에 따르는 제도입니다. 중재재판에서는 재판관을 통상 Judge라고 칭하지 않고 Arbitrator라고 부르며, 재판 결과를 Judgement라고 칭하지 않고 Award라고 부릅니다. 다음의 설명은 통상적인 중재재판의 외형을 묘사한 것이며, 당사국이 합의하면 얼마든지 새로운 변형을 할 수 있습니다.

재판부의 구성은 대개 3명 또는 5명이 기준이 되나, 단독 재판관에 맡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양 분쟁 당사국이 동수의 재판관을 추천하고, 합의를 통하여 제3국 인물을 선임하고 그에게 재판장의 역할을 부여합니다. 제3국 인물인 재판장이 결과의 방향을 결정할 핵심인물이 될 것이므로 양측이 모두 수락할 중립적이고 공평한 재판관을 선임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입니다. 제3국 인물의 선임이 난관에 부딪쳤을 때 미리 해결방안이 마련되어 있으면 유용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분쟁 당사국 간에 합의가 되지 않으면 UN 사무총장이나 ICJ 소장 등과 같은 국제적 인물에게 선임을 위임하기로 사전에 합의하는 방식이 그 예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재판의 대상은 당사국의 합의만 성립되면 어떠한 분쟁도 중재재판에 회부될 수 있습니다. 회부의 방식은 분쟁 발생 후 특별협정을 통하여 중재재판에 회부될 수도 있고, 중재재판 회부를 사전에 조약으로 합의해 둘 수도 있습니다. 재판의 준칙은 당사국의 합의로 결정하며, 필요하다면 국내법도 준칙으로 합의될 수 있습니다. 이에 관한 합의가 없으면 재판부가 준칙을 결정하며, 통상 국제법에 의한 판정을 내리게 됩니다. 재판의 절차는 당사국의 합의로 결정되나, 사전에 별다른 합의가 없으면 재판부가 결정합니다. 통상 서면제출 단계와 구두변론 단계로 구분됩니다.

중재재판은 위와 같은 임의성이 장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즉 분쟁 당사국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선택한 재판관으로부터 자신들이 원하는 사항에 한하여 합의된 준칙에 따라 재판을 받을 수 있으므로 사법재판보다 신뢰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구속력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임의성으로 인하여 제기된 쟁점에 대한 타협적 판정이 내려지기 쉽습니다. 중재재판은 분쟁의 종국적 해결을 목표로 함이 보통이므로 1심으로 종결됨이 통례입니다.

과거 국제사회에서 중재재판에 많이 회부되었던 사안은 영토분쟁과 조약의 해석에 관련된 분쟁이었습니다. 한편 패소한 당사국이 중재재판의 결과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기도 하였는데, 그 이유는 대체로 재판부가 원래 부여받은 권한 이상으로 행동하였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즉, 합의된 준칙이 존중되지 않았다, 합의된 절차가 무시되었다, 회부된 쟁점 이상을 판단하였다는 주장 등이 있습니다.

3. 상설 중재재판소

1899년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서는 국제분쟁의 해결을 담당할 상설적 국제재판소를 설치하자는 제안이 나왔습니다. 주요 강대국들은 이러한 제의를 수용하지 않았으나, 대신 채택된 「국제분쟁의 평화적 해결에 관한 협약은 상설 중재재판소(Permanent Court of Arbitration: PCA)의 창설을 예정하였습니다.

이 협약의 골자는 다음과 같습니다. 각 당사국이 4명 이내의 인원을 6년 임기의 PCA 판사로 지명하여 사무국에 통보합니다. 분쟁이 발생하여 당사국들이 PCA 제도를 활용하기로 합의하면 기존의 명단에서 판사를 지명하여 중재재판부를 구성합니다. 즉 PCA는 고유한 의미의 상설적 재판 기구는 아니며, 단지 판사 후보의 명단을 상시 비치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사무국은 재판부 구성 방식과 재판절차에 관하여 모범 규칙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상설 중재재판소는 “상설”이라는 명칭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개별 중재재판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PCA는 1900년 출범하여 20세기 초반에는 어느 정도 활용이 되었으나, 제2차 대전 이후에는 활용도가 급격히 떨어졌다가 근래에는 다시 활용도가 높아졌습니다. 현재는 국가 간의 분쟁뿐만 아니라, 국제기구·국가기관·개인 등이 관련된 국제적 분쟁해결에 대하여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PCA는 제1차 대전 이후 상설 국제사법재판소가 설립되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ICJ 판사 선출 과정에서는 아직도 형식상 PCA가 활용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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